세종사이버에서 또 다른 꿈을 꾸며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김원기님, 저는 세종사이버대학교 한국어학과 학과장입니다.”
나의 세종사이버대학교 학생으로의 생활은 이렇게 교수님의 깜짝 전화부터 시작되었다.
1970년대 초, 연말이면 흔하게 보이던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포기’한 학생 중 하나였던 나는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생활 전선으로 떠밀려 지독한 가난의 굴레를 벗기 위해 죽기살기로 평생을 바쳐 세상을 살아내야만 했던 이 시대 보통 아버지들 중 하나였다. 그렇게 일찍부터 먹고 사는 문제에 전념하고,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아 기르고 출가시키면서 우리 가족, 특히 자식들에게만은 내가 겪었던 것처럼, 가진 것 없어 못 배우고, 하고 싶은 일 못하는 가난은 물려 줄 수 없다, 억척을 떨며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60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다 문득 돌아본 내 인생은 읽고 싶은 책 찾아서 헌책방을 순례하던 가난한 문학소년의 열정과 대학생활,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가슴 안쪽에 꼭꼭 숨겨두고 그저 세파에 휘둘리며 생활에 쫒기고 쫒겨 머리가 하얗게 되도록 허덕이며 살아온 모습으로 가득했던 것 같다.
내가 원래 하고 싶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은퇴를 앞둔 지금, 더 늦기 전에 그 길을 한번쯤은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망설이고 망설이다 선택한 곳이 바로 세종사이버대학교였고 망설임 끝에 지원한 뒤 받은 첫인사가 바로 교수님의 전화였던 것이다.
예상 못한 교수님의 뜻밖의 전화에 당황해서 제대로 인사도 못 챙긴 통화에 대한 민망함과 죄송함 속에 내 대학생활은 어정쩡 시작됐다.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이에 주책없이 큰일을 저지른 건 아닌지, 제대로 따라 갈 수는 있을지 두려움이 반, 평생을 바라고 꿈에도 잊지 못했던 대학생활에의 기대가 반, 그렇게 내 평생의 갈증 풀이는 시작되었다.
수강을 시작하고 교수님의 권유로 학우님들과 소통을 하면서 내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가슴 속 들끓는 기쁨과 나름의 열정으로 확인하는 데 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막연하게 하고 싶은 공부에 대한 목마름이라고만 생각했던 학교생활이 내 어릴 적 갈증 풀이의 한 수단만이 아니라, 은퇴를 앞둔 내 인생을 정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동반자가 되리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멋진 기회를 주신 세종사이버대학교와 입학 전 뜻밖의 전화로 감동을 주신 교수님, 강의를 통하여 아직도 배움의 장에 내 자리가 남아있다는 벅찬 감동으로 오래 전에 포기해야했던 대학진학의 평생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거기에 더하여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또 하나의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외국의 한국어학당에서, 다문화 가정이 갈수록 늘어나는 우리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멋진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꿈, 은퇴 후 삶의 동반자가 되어줄 봉사의 기회에 대한 부푼 꿈 하나를 더 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멋진 할아버지 한국어 교사 봉사자로서의 내 미래 모습의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