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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박청웅 교수 인터뷰] “이태원 사고 뒤 사람 많은 지하철 불현듯 공포”… ‘과밀문화’ 괜찮나

date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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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강남 지하철 2호선이 출근길 인파로 가득차 있다. /박상훈 기자

1일 오전 서울 강남 지하철 2호선이 출근길 인파로 가득차 있다. /박상훈 기자

서울 등 수도권 출퇴근길은 늘 혼잡하다. 지하철 객차는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다. 일부 승객은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도 아슬아슬하게 몸을 욱여넣는다. 지하철 칸에 사람이 가득 들어선 탓에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내릴 때는 인파 사이를 비집고 떠밀리듯 나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딪히고, 넘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서울과 인천·경기를 잇는 광역버스도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출퇴근 등 일상적 상황에서 ‘과밀’로 인해 공포감을 느꼈다는 말이 나온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지하철 출근 시간이나 공연장에 사람이 몰릴 때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이 가득한 ‘지옥철’에서 사람을 밀치며 억지로 구겨 타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사실상 매일 출퇴근길이 이번 이태원 골목길처럼 위험하다”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서울교통공사 철도통계연보 도시철도 수송실적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노선 중 가장 혼잡한 것은 9호선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서울 지하철 9호선 노량진-동작 구간의 오전 8시 혼잡도는 179%에 달했다. 혼잡도는 실제 탑승 인원을 백분율로 나타낸 지표를 말한다. 전동차 한 칸 표준 탑승 인원은 160명으로, 이게 혼잡도 100%의 기준점이 된다. 지하철 혼잡도가 150%에 달하면 열차 내 이동이 어려워진다. 혼잡도 179%는 지하철 한 칸에 160명보다 126명이나 더 많은 286명이 탔다는 뜻이다. 9호선 개통 초기에는 혼잡도가 20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각종 교통 대책으로 수요를 분산시키고, 코로나 유행으로 이동 수요가 줄었음에도 여전히 ‘과밀’ 상황인 것이다.


평소 9호선을 이용해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오모(24)씨는 조선닷컴에 “이태원 압사 사고 소식을 접한 뒤 평소처럼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에 탑승했는데 불현듯 공포감을 느꼈다”고 했다. 다만 오씨는 “지난 주말 있었던 사고를 의식한 탓인지 서로를 밀쳐가며 이동하는 일은 평소보다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한 공간에 밀집하는 게 일상이 돼 위험을 인식하는 감각이 무뎌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난관리 전문가인 줄리엣 카이엠은 CNN에 “서울 시민들은 밀집 공간에 익숙하다”며 “이러한 성향 때문에 거리가 인파로 가득 찬 상황에서 경각심을 크게 느끼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연합뉴스에 “만원 지하철 등 현장은 실제로 호흡이 곤란해지거나 공포감이 들 정도”라며 “일상이 되다 보니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무뎌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과밀 현상과 이번 참사를 놓고 단편적인 인과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옥철이나 역대 다른 핼러윈 행사에도 사람이 많이 몰리지만, 보통 큰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평소에 잘 작동하던 안전 시스템이 왜 이번에 붕괴했는지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