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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청웅 교수 인터뷰]"2층에 여러명" 초기 핵심정보 놓쳐… '구조의 기본' 안 지켜졌다

date201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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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3340373
[제천 화재]
현장정보 수집·공유에 실패… 외벽의 한사람 구조에 매달려

"구조대원, 2층에 사람 많다는 말… 진압대원이나 지휘부서 못 들어"
비상계단으로 탈출자 나왔는데 구조대원은 40여분 뒤에야 진입
"불씨 없는 2층 상황 빨리 파악해 통유리 일찍 깼어야" 지적 나와



화재 발생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명 구조다. 불을 끄는 것도 화재 진압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화재 현장에 대한 정보"라고 입을 모은다. 어디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내부 상황이 어떤지 파악해야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가 가능하고, 소방관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 29명이 사망하고 38명이 부상한 지난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선 이런 '구조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보 수집·대원 간 소통 안 돼

인명 피해가 컸던 것은 20명이 숨진 2층 여성 사우나 구조가 늦었기 때문이다. 소방대는 화재 초기 이곳에 20여명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소방대가 화재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최초 신고 7분 만이었다. 인명 구조가 아닌 화재 진압 대원들이었다. 현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2층에 사람이 많다"고 외쳤다. 하지만 이들은 1층 주차장과 대형 LP 가스통 화재 진압에 집중했다.

구조 전문 대원이 처음 현장에 도착한 것은 신고 13분 만인 오후 4시 6분. 주변 방범 카메라 영상과 목격자, 소방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제천소방서 소속 구조대 4명은 도착 직후 중앙 출입문 반대편에 매트리스를 까는 작업에 모두 투입됐다. 3~4층 사이에 매달려 있는 남성 한 명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매트리스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에어매트로 교체 설치했다. 오후 4시 30분까지 이 일에 매달렸다. 소방청 관계자는 "구조대원들은 '2층에 사람이 있다'는 정보를 진압 대원이나 지휘부로부터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소방대원들이 탈출한 목격자 등을 통해 정보를 적극 수집한 정황이 없다. 건물 내부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내부에 사람이 있다고 외쳤지만, 찾아와서 물어보는 소방대는 없었다"고 증언한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도착하자마자 관계자들을 찾아서 현장 정보를 파악하고 화재 진압 대책, 인명 구조 작전을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탈출 길 파악 못해 비상구 진입 지연

3층 남성 사우나에 있던 10여명은 화재 발생 7분 후인 오후 4시쯤 이발사의 안내에 따라 비상계단으로 탈출했다. 소방대원들이 도착한 시간과 거의 같다.

비상계단 출입구로 구조 대원 3명이 최초로 진입한 시간은 오후 4시 42분쯤. 화재 발생 약 50분 이후다. 그때 비상계단에는 화염이 없었고, 중앙 계단과 비교해 연기가 덜했다고 한다. 구조대원들은 안에서 잠겨 있던 2층 비상구 문을 부수고 사우나 내부로 진입해 시신 2구를 차례로 수습했다. 비상계단은 화재가 진압될 때까지도 비교적 온전했다. 비상구는 기본적으로 불연재로 돼 있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방대가 비상계단 위치 등 건물 내부 구조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당황해 미처 떠올리지 못한 듯하다"고 했다. 제천소방서 측은 "현장 출동하면서 도면을 가지고 가고, 이번 화재 때도 비상계단 위치는 알고 있었다"며 "지하실에 사람이 있을 수 있어 그곳을 먼저 수색하고 2층으로 갔다"고 했다. 하지만 지하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탈출자·목격자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해 구조의 우선순위를 잘못 결정한 것이다.

"내부 상황 알고 통유리 일찍 깼어야"

소방관들이 건물 전면에서 2층 통유리 창을 깬 것은 오후 4시 37분. 화재 발생 40여분이 지났을 때였다. 소방청 관계자는 "내부에 불이 있거나 외부 불길이 거센데 통유리를 깨면 산소가 갑자기 유입돼 불길이 커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화재 진압을 먼저 하고 통유리를 깬 것"이라고 했다. '백 드래프트(back draft·역화)' 현상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교과서적으로는 이 말이 맞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층엔 유독가스와 약간의 그을음만 있었을 뿐 큰불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대원이 비상계단으로 일찍 진입했다면 이를 알 수 있었다. 또 방범 카메라 영상을 보면 오후 4시 16분쯤 2층 외벽에 타오르던 불길은 보이지 않고, 검은 연기만 솟아오른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화재 당시 화면을 보면 오후 4시 20분 전후로 통유리를 깼어야 하는 걸로 판단된다"고 했다.

 

[제천=신정훈 기자] [제천=윤수정 기자] [안상현 기자] [이해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