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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후기] 대위법 9번째 특강, 반가운 학우들을 만났어요

date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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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용음악학과 박주향 교수님의 대위법 특강후기를 장창훈 학우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4780486&memberNo=189215

[서울교육방송 장창훈 작가]=줌(zoom)은 “쌩쌩, 빨리”라는 뜻이 있군요. 줌을 통해 화성학 대위법 특강이 진행됐습니다. 부산, 대구, 강동, 인천, 춘천, 용산, 군산, 월곡산 등등 수백km 떨어진 거리가 일순간에 1mm로 압축됩니다. 우리는 모두 스크린의 평면에서 만났습니다. 음악은 우리를 각각의 음표로 만듭니다. 그렇죠. 박주향 교수님은 항상 ‘도’로 시작하고, 우리는 각각 화음을 만들거나, 혹은 숙제를 못해 온 불협화음을 만들거나, 모든 음표가 조화를 이룹니다. 오늘은 새롭게 얼굴을 본 반가운 학우님들이 세분이나 있었습니다. 새롭게 편입한 학우님도 계셨는데, 얼굴 표정에 ‘높은 음자리표’가 있는 것처럼 열정이 넘쳤습니다. ‘줌’은 어떤 측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 같아요. 몸은 못 만나도, 맘은 하나로 묶으니까요.
숙제요? 저는 못 했죠. 하하하하, 숙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빨간 신호등처럼 자꾸자꾸 떠오르는데, 언제나 저는 일상의 파란불로 살아갑니다.

각막이식수술을 마친 학우님이 계시는데, 지난주에 2차 수술까지 무사히 마쳤답니다. 눈쌀을 찌뿌리면 각막이 붙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화낼 일이 있어도 화를 낼 수 없는 것 같아요. 음악이 뭐길래, 그 학우님은 줌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3년 가량 세종사이버대에 다니고 있는데, ‘줌’이 정말 재밌어요. 친근한 학우님들, 낯선 학우님들, 모두 모두 만나서 안부도 묻고, 도란도란 대화도 나누고, 음악에 대해서 새로운 정보도 얻고, 줌이 끝나면 그 즉시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하니까요. 그래도 가끔은 얼굴을 봐야,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아요.

외도(外道)는 참 많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향 교수님은 학생이 오랜만에 찾아오면, 언제나 ‘외도하다가 돌아온 사람’으로 비유합니다. 바깥 외(外) 길 도(道)니까, 밖에 나갔다가 다시 길로 돌아왔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길을 벗어난 ‘외도’는 이방인의 삶인 듯 합니다. 과연, 음악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가 만약 길을 찾았다면, 대위법을 배우지 않겠지요. 그래서 편안할 안(安)일까요? 얼마나 따뜻하게 남편을 반겨줬으면, 이런 한자가 나왔을까? 어제, 박주향 교수님은 우리들을 안(安)의 모습으로 환대해줬습니다. 마치 어제 본 것처럼, 그렇게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고향 친구같이.

- 연주자의 갈증은 결국 편곡에서 발생한다. 학생에게 악보를 쉽게 알려주려면, 학생에게 맞게 편곡을 해야하는데, 이때 작곡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에 곡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야, 새롭게 변형해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위법은 클래식에서 발생했고, 이후 모든 장르로 접목해 발전했다. 대위법으로 만들어진 곡이 바흐의 인벤션이다. 우리는 8번의 특강을 통해 인벤션으로 바흐를 따라갔고, 바흐를 모방해서 간단하게 곡을 그려봤고, 지금은 각자 스토리를 하나씩 만들어 곡을 쓰는 중이다. 음악은 머리속에 있는 것을 꺼내는 과정이다. 머리속에는 단어, 문장, 느낌, 생각 등이 구름처럼 둥둥 떠다닌다. 그것을 음악적으로 꺼내서 표현하는 것이 작곡이다. - 박주향 교수님

주향 교수님은 어제도 질문을 던지셨답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 식량 수탈이 가장 극심했던 곳, 군산에 내려가 줌을 진행하셨는데, 마치 안중근 의사처럼 비장한 모습으로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교수님 질문은 이것입니다.

“학우님께 대위법은 무엇인가요?”

[박주향 교수님]=음악은 사람이다. 음악은 소통이다. 학생에게 숙제를 내주는 것은 소통의 창문을 만들기 위함이다. 바흐의 인벤션을 배운다는 것은 바흐를 알아가고, 사귀는 것이다. 바흐에게 가는 비밀 통로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각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아주 느린속도로 바흐를 알아가야 한다. 작품과 나는 인격적 관계이지, 그저 지식의 수단이 아니다. 친구를 사귀더라도 만나고, 또 만나고, 사소한 것에 공통관심을 갖으면서, 서로의 비밀이 쌓이며 정이 생기는 것이다. 음악도 동일하다. 만약, 공연장에서 감동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관객 본인의 문제도 있다. 순자가 말했듯이 성악설(性惡說)이 맞는 것 같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교만의 본성이 있어서, 자신을 스스로 낮추지 않으면 교만의 벽이 생기면서 상대의 언어가 들어오지 못한다. 들어도 듣지 못하는 것이다. 강의도 그렇고, 음악도 듣는 자세가 정말로 중요하다. 팔짱을 끼고서, ‘한번 해봐! 내가 한번 들어봐줄께!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는 자세로 음악을 듣는다면, (찬밥 신세를 당한) 음악은 마음에 들어오지 못한다.

(계속)
   
오늘은 경기도 여주에서 글을 씁니다. 알다시피, 저는 건축회사에 다니는데 화성학 대위법을 배우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건축은 대위법과 같거든요. 1성부와 2성부는 1층과 2층의 목조건물과 같아서, 서로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각각 독립적이면서, 서로 연결되는 구조로서 대위법은 구성된다고 배웠습니다. 또한, 건축은 선과 면입니다. 외벽의 구조는 단열재와 구조보강으로 구성되어도, 결국 사람은 마감재를 봅니다. 마감재는 선과 면으로 구성됩니다. 대위법에서는 그것을 ‘선율’이라고 표현합니다. 선율은 소리의 곡선과 같아서, 대위법은 음악을 건축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같은 선율이 반복되지만, 서로 다르게 나타나면서, 소리의 건축은 오묘한 느낌을 선물합니다.

격주로 쉬다보니, 지난 주말과 주일에 푹 쉬었습니다. 월요일 출근길에 음악노트를 깜빡했네요. 우리 주향 교수님이 열강을 해주셨는데, 기록한 노트가 없으니, 제 기억은 가물가물합니다. 그날, 교수님은 ‘성부의 존재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1성부, 2성부, 3성부가 각각 구성되는데, 마치 사람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2성부는 1성부의 반주 정도가 아니고, 각각 독립된, 동등한 존재라는 것이지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장남과 차남과 막내가 가부장적 제도에서는 차별적이지만, 요즘 현대사회에서는 상속분이 모두 동일하잖아요. 각 성부도 각각 음악의 생명체인 것 같아요.

숙제와 관련해, 저는 주향 교수님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대위법이 좋은 것은 각 학생마다 각각 다르게 숙제를 내주시고, 각각 다른 속도로 지도를 해주시는 것입니다. 자전거는 자전거대로, 경운기는 경운기대로, 자동차는 자동차대로, 각각 다르게 운전하듯이, 음악을 전문한 학우는 속도를 높여서, 음악을 처음 접하는 학우는 속도를 낮춰서, 각각 다르게 대위법을 적용해서 알려줍니다. 아무래도 저는 삼발이 자전거를 운전하는 정도인데도, 주향 교수님은 달팽이 속도로 저를 기다리면서, 차분히 지도해주시니, 그것이 참 좋습니다.

집에서 강릉 건축현장까지 출근하는 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숙제였는데, 운전하면서 기분이 우울할 때 7080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포근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졸릴 때는 혼자서 ‘황홀한 고백’과 ‘미래소년 코난’을 부르면, 잠이 깹니다. 음악이 주는 감정효과에 대해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숙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더니, 교수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제가 글쎄 음악적으로 깊어졌다는 것이죠.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냥 음악에 대해 생각했을 뿐인데, 그게 음악과 가까워졌다는 것이라니, 저는 자주 음악에 대해 혼자 생각합니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음악은 건축과 같아서, 작곡가는 음표를 통해 곡의 집을 짓습니다. 집에는 집주인이 있습니다. 그처럼 작곡된 곡의 문을 열면, 그곳에는 작곡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작곡가는 악보의 집 안에 살고 있는데, 그 구조를 이해하고, 창문과 문과 안방과 식탁과 주방이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알 수 있다면, 악보를 통해 작곡가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성부를 층수라고 생각합니다. 4성부는 4층 단독빌라 개념이지요. 각 마디는 벽체가 될 수도 있고, 혹은 4마디가 각각 방이 될 수도 있고, 이것이 저의 건축학적 음악 생각들입니다.


잠을 잤다가 새벽에 일어나, 글을 남겼습니다. 이번 글은 제 사설(私設)이 길었네요. 성경에 보면, 목자는 양을 각각 인도한다는 구절이 있는데, 주향 교수님이 학우들을 각각 수준과 성향에 맞게 대화하고, 대위법을 알려주는 모습이 정말 좋습니다. 바흐가 박하사탕처럼 친근해진 것은 이러한 교육 덕분입니다. 2주후 11월 26일 토요일 10시 30분에 줌으로 대위법 특강이 또 진행됩니다.